이츠쿠시마 신사의 건축양식은 신사 건축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헤이안시대 귀족 주택양식인 신덴즈쿠리(寝殿造)를 신사 건축에 응용한 점, 좌우 비대칭 배치, 그리고 본전 지붕에 치기(千木)나 가쓰오기(鰹木)가 없다는 점 등 일반적인 신사 건축과는 크게 다른 요소가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이 글에서는 이츠쿠시마 신사의 건축양식을 신사 건축의 기본 원칙과 비교하면서, 왜 이러한 독특한 형태가 채택되었는지 자세히 설명합니다.
신덴즈쿠리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신덴즈쿠리는 헤이안시대 귀족 주택양식으로 중앙에 신덴(침전)을 두고 동서에 다이노야(対屋)를 배치하여 회랑으로 연결하는 구성이 특징입니다. 이츠쿠시마 신사는 다이라노 기요모리가 이 주택양식을 신사 건축에 응용한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신덴즈쿠리의 기본 구조
신덴즈쿠리는 10세기경 헤이안시대 중기에 완성된 건축양식입니다. 사방이 담장으로 둘러싸인 부지 중앙에 주인이 거주하는 ‘신덴(寝殿)’이라 불리는 건물을 배치하고, 그 동서북쪽에 ‘다이노야(対屋)’라는 부속 건물을 세웠습니다. 이 건물들은 ‘와타도노(渡殿)’라 불리는 복도로 연결되었고, 신덴 남쪽에는 연못이 있는 정원이 펼쳐지는 것이 이상적인 형태였습니다.
신덴 내부는 벽이 거의 없는 개방적인 공간이었습니다. 고정된 칸막이 없이 미스(御簾, 발), 기초(几帳, 병풍 형태의 가림막), 병풍 등의 이동식 가구로 공간을 나누는 구조였습니다. 이러한 개방성은 일본의 고온다습한 기후에 대응하여 통풍을 좋게 함으로써 여름을 쾌적하게 보내기 위한 지혜였습니다. 또한 남쪽 연못 정원에서는 귀족들이 뱃놀이와 관현 연주를 즐기며 사계절의 자연미를 만끽했다고 전해집니다.
신덴즈쿠리가 지닌 비대칭성
신덴즈쿠리의 이상적인 형태는 좌우 대칭이었지만, 실제로는 부지의 제약이나 출입구 위치 등의 이유로 많은 저택이 비대칭 배치였습니다. 후지와라노 미치나가의 히가시산조도노(東三条殿) 등 헤이안시대의 대표적인 저택 복원 모형을 보아도 완전한 좌우 대칭이 아닌 실용성을 중시한 배치로 되어 있습니다. 이 ‘완전한 대칭성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특징은 신덴즈쿠리의 중요한 성질 중 하나였습니다.
신사 건축의 기본 원칙
한편, 신사 건축에는 독자적인 원칙이 있으며 이는 신덴즈쿠리와는 크게 다른 것이었습니다. 이츠쿠시마 신사의 특이성을 이해하려면 먼저 일반적인 신사 건축의 특징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신사 건축에서의 좌우 대칭 원칙
신사 건축의 기본은 좌우 대칭입니다. 가모와케이카즈치 신사(가미가모 신사), 가모미오야 신사(시모가모 신사), 가스가 대사 등 격식 높은 고사(古社)의 본전은 기둥 배치가 좌우 대칭으로 되어 있으며, 중앙 기둥 간격을 가장 넓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 대칭성은 신이 계시는 공간의 신성함과 질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기둥 간격 배치도 규칙적으로 등간격으로 기둥을 세우거나 정면 중앙의 기둥 간격만 넓게 하는 구성이 표준이었습니다. 이러한 대칭성은 신사가 지닌 종교적 장엄함을 강조하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치기와 가쓰오기의 의미
신사 건축을 상징하는 장식으로 치기(千木)와 가쓰오기(鰹木)가 있습니다. 치기는 지붕 양끝에서 교차하는 목재이고, 가쓰오기는 용마루 위에 늘어놓은 통나무 형태의 목재입니다. 이것들은 원래 지붕 보강을 목적으로 한 실용적인 부재였지만, 후에 장식화되어 신사 건축의 신성함을 상징하는 중요한 기호가 되었습니다.
이세 신궁의 신메이즈쿠리(神明造), 이즈모 대사의 다이샤즈쿠리(大社造) 등 오래된 양식의 신사 건축에는 반드시 치기와 가쓰오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헤이안시대 이후에 창건된 대형 신사에서는 치기·가쓰오기가 생략되는 예도 있었지만, 에도시대의 복고 사상에 의해 다시 중시되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치기·가쓰오기의 유무는 신사 건축의 역사성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가 되어 있습니다.
신사 건축의 주요 양식
일본의 신사 건축에는 창건 시기나 지역에 따라 다양한 양식이 존재합니다. 가장 오래된 양식으로 여겨지는 신메이즈쿠리(神明造)는 이세 신궁에서 대표되는 맞배지붕·평입(平入) 형식입니다. 이즈모 대사의 다이샤즈쿠리(大社造)는 맞배지붕·측면 입구 형식으로 중앙에 굵은 심어주(心御柱)가 서 있습니다. 나가레즈쿠리(流造)는 정면 지붕을 길게 늘인 형식으로 전국에서 가장 보급된 양식입니다.
이러한 양식들에 공통되는 것은 맞배지붕일 것, 기와를 사용하지 않을 것, 고상식(高床式)일 것의 세 가지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불교 건축과의 차별화를 의식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사찰 건축이 우진각지붕이나 팔작지붕, 기와 지붕, 토간 바닥을 특징으로 하는 것에 반해 신사 건축은 이를 피함으로써 독자성을 유지해 왔습니다.
이츠쿠시마 신사에서의 신덴즈쿠리 응용
다이라노 기요모리가 닌안 3년(1168년)에 실시한 대대적인 개수로 이츠쿠시마 신사는 신덴즈쿠리를 신사 건축에 응용한 독창적인 형태가 되었습니다. 기요모리는 세토나이카이를 ‘연못’으로, 사전 건물들을 ‘신덴’에 비유하는 대담한 발상으로 설계를 했다고 전해집니다.
회랑에 의한 공간 구성
이츠쿠시마 신사의 가장 두드러진 신덴즈쿠리 특징은 약 275미터에 이르는 회랑입니다. 본사 본전과 객신사 본전을 연결하고 노 무대와 히라부타이(平舞台)를 둘러싸듯 배치된 회랑은 신덴즈쿠리의 ‘와타도노’ 역할을 합니다. 이 회랑에 의해 여러 건물이 하나의 건축군으로 통합되어 신덴즈쿠리 특유의 공간 구성이 실현되었습니다.
귀족 저택에서 회랑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제전 집행 시 신관의 착석 장소나 무악을 관람하는 장소로도 기능했습니다. 이츠쿠시마 신사의 회랑도 마찬가지로 신사(神事) 때의 중요한 공간이 되어 있어 신덴즈쿠리의 기능을 충실히 재현하고 있습니다.
좌우 비대칭 배치
이츠쿠시마 신사의 사전은 신사 건축으로서는 매우 드문 좌우 비대칭 배치로 되어 있습니다. 본사 본전의 기둥 배치를 보면 가장 넓은 기둥 간격이 서쪽으로 치우쳐 있어 사전 전체의 중축선이 서쪽으로 어긋나 있습니다. 이는 모셔진 무나카타 삼여신 중 주신인 이치키시마히메노미코토의 보전을 안치하는 부분의 기둥 간격을 넓게 했기 때문입니다.
이 비대칭성은 신덴즈쿠리의 실용성 중시 설계 사상을 이어받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신사 건축의 원칙인 좌우 대칭을 피하고 제신의 서열이나 실제 사용 방법에 맞춘 배치를 우선한다는 발상은 기요모리가 신덴즈쿠리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치기와 가쓰오기의 부재
이츠쿠시마 신사 본전에는 신사 건축의 상징인 치기와 가쓰오기가 없습니다. 이는 신덴즈쿠리의 특징을 그대로 남겼기 때문입니다. 귀족 주택인 신덴에는 치기나 가쓰오기를 사용하지 않고 대신 히와다부키(檜皮葺, 편백나무 껍질 지붕) 위에 화장 용마루를 올리는 형식이 채택되었습니다. 이츠쿠시마 신사도 이 형식을 답습하여 신사이면서도 귀족 저택의 외관을 갖는 독특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메이지 초기에는 ‘신사다움’을 요구하는 풍조에서 이츠쿠시마 신사에도 치기와 가쓰오기가 신설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메이지 말기의 대수리 때 철거되어 창건 당시의 신덴즈쿠리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이 경위는 이츠쿠시마 신사 건축양식의 독자성이 오랜 역사 속에서 재평가되어 왔음을 말해줍니다.
료나가레즈쿠리라는 독특한 본전 형식
이츠쿠시마 신사 본사 본전의 지붕은 ‘료나가레즈쿠리(両流造)’라 불리는 형식입니다. 이는 모야(身舎, 본체)의 앞뒤 양쪽에 히사시(庇, 처마)를 둔 구조로 맞배지붕을 앞뒤로 길게 늘인 형태입니다.
나가레즈쿠리와의 차이
일반적인 ‘나가레즈쿠리(流造)’는 정면쪽만 지붕을 길게 늘인 형식으로 전국 신사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가미가모 신사와 시모가모 신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에 비해 료나가레즈쿠리는 앞뒤 양쪽으로 지붕을 늘이기 때문에 정면과 배면이 비슷한 외관이 됩니다. 이 형식을 채택한 신사는 전국에서도 한정되어 있으며 이츠쿠시마 신사의 본사 본전과 객신사 본전은 료나가레즈쿠리의 대표적인 예로 여겨집니다.
료나가레즈쿠리의 구조적 특징은 도리 방향(간구) 9칸, 보 방향(깊이) 2칸의 모야 앞뒤에 처마를 붙인 형태가 된다는 점입니다. 본사 본전의 경우 정면은 8칸, 배면은 9칸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정면쪽에서 기둥 1개를 생략했기 때문입니다. 이 기둥의 생략으로 주신을 모시는 부분의 기둥 간격을 다른 곳보다 넓게 하여 신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히와다부키 지붕
이츠쿠시마 신사의 본사, 객신사, 회랑 등 해역 부분에 세워진 건물의 지붕은 모두 히와다부키(檜皮葺)입니다. 히와다부키는 편백나무 껍질을 겹겹이 이어 지붕을 덮는 일본의 전통적인 지붕 공법으로 신사 건축이나 귀족 주택에서 널리 사용되어 왔습니다. 기와를 사용하지 않는 점은 신사 건축의 원칙에 따른 것이지만 히와다부키는 신덴즈쿠리에서도 표준적으로 사용된 공법이어서 양자의 절충적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히와다부키 지붕은 정기적인 교체가 필요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전통 기술이 현대까지 계승되어 왔습니다. 미야지마의 국유림은 ‘세계문화유산 공헌의 삼림’으로 인정되어 수복에 필요한 편백나무 껍질과 목재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기요모리의 설계 사상
다이라노 기요모리가 이츠쿠시마 신사에 신덴즈쿠리를 채택한 배경에는 세토나이카이의 제해권을 장악한 무가 귀족으로서의 입장과 헤이안 귀족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습니다.
바다를 연못에 비유한 발상
기요모리의 가장 독창적인 발상은 세토나이카이를 신덴즈쿠리의 ‘연못 정원’에 비유한 것입니다. 귀족 저택에서는 신덴 남쪽에 연못을 만들어 뱃놀이와 관현을 즐기는 것이 이상적이었습니다. 기요모리는 이 개념을 광대한 세토나이카이라는 자연의 ‘연못’을 가진 이츠쿠시마에 적용했습니다.
실제로 이츠쿠시마 신사에서는 현재도 음력 6월 17일에 ‘간겐사이(管絃祭)’가 열려 헤이안시대 그대로의 관현 연주가 해상에서 봉납됩니다. 이는 기요모리가 도입한 신덴즈쿠리의 문화가 800년 이상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바다라는 자연과 귀족 문화, 그리고 신도 신앙을 일체화시킨 기요모리의 구상은 세계유산 등재 시에도 높이 평가되었습니다.
신사와 귀족 문화의 융합
기요모리의 시대에 헤이시(平氏)는 무가이면서도 귀족 사회에서 높은 지위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기요모리 자신도 태정대신까지 올라 헤이안 귀족 문화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이츠쿠시마 신사의 조영은 단순한 신사 확장이 아니라 헤이시의 권력과 문화적 세련됨을 보여주는 대형 프로젝트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덴즈쿠리라는 귀족 주택양식을 신사 건축에 응용함으로써 기요모리는 이츠쿠시마 신사를 ‘신이 거주하는 귀족 저택’으로 표현했습니다. 이는 신을 인간의 최고 지위인 귀족과 동등 이상의 존재로 대우한다는 숭경의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세토나이카이를 다스리는 헤이시의 위신을 건축을 통해 시각화하는 효과도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왜 이츠쿠시마 신사는 신덴즈쿠리를 채택했나요?
다이라노 기요모리가 세토나이카이를 귀족 저택의 ‘연못 정원’에 비유하고 사전을 ‘신덴’으로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기요모리는 헤이안 귀족 문화의 정점에 있던 인물로 신사 건축에 귀족 주택양식을 응용함으로써 신에 대한 숭경과 헤이시의 권위를 동시에 표현하려 했습니다.
신덴즈쿠리 신사는 이츠쿠시마 신사뿐인가요?
신덴즈쿠리의 특징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신사는 이츠쿠시마 신사가 유일합니다. 다른 신사에도 회랑을 가진 곳은 있지만 배치 구성 전체를 신덴즈쿠리로 설계하고 바다를 연못에 비유한다는 발상은 이츠쿠시마 신사만의 것입니다.
료나가레즈쿠리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료나가레즈쿠리는 모야의 앞뒤 양쪽에 처마를 둔 본전 형식입니다. 일반적인 나가레즈쿠리가 정면쪽만 지붕을 늘이는 것에 비해 료나가레즈쿠리는 앞뒤 양쪽으로 지붕을 늘입니다. 이츠쿠시마 신사의 본사 본전과 객신사 본전이 이 형식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츠쿠시마 신사에 치기와 가쓰오기가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신덴즈쿠리의 양식을 충실히 재현했기 때문입니다. 귀족 주택에는 치기나 가쓰오기를 사용하지 않고 히와다부키 지붕에 화장 용마루를 올리는 형식이었습니다. 이츠쿠시마 신사도 이 형식을 답습하여 신사이면서도 귀족 저택의 외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신사 건축에서 좌우 대칭이 중시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신이 계시는 공간의 신성함과 질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입니다. 대칭성은 신사 건축의 장엄함을 강조하는 중요한 요소로 여겨져 많은 고사에서 채택되어 왔습니다. 이츠쿠시마 신사가 좌우 비대칭인 것은 신덴즈쿠리의 실용성 중시 설계 사상을 이어받았기 때문입니다.
미야지마에서 이츠쿠시마 신사의 건축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시간대는 언제인가요?
밀물 때와 썰물 때 각각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밀물 때는 사전이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신비로운 모습을, 썰물 때는 수상 건축의 기초 구조와 회랑의 세부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조석 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방문하시면 더욱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합니다.
이츠쿠시마 신사 건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관람 포인트가 있나요?
회랑의 바닥판 사이 틈새, 본전 지붕의 화장 용마루, 기둥 간격의 비대칭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보세요. 또한 객신사에서 본사를 바라보면 신덴즈쿠리의 공간 구성을 파악하기 쉽습니다. 사전 내 안내판도 건축적 특징을 설명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정리
이츠쿠시마 신사의 건축양식은 헤이안시대 귀족 주택인 신덴즈쿠리를 신사 건축에 응용한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독창적인 것입니다. 회랑에 의한 공간 구성, 좌우 비대칭 배치, 치기·가쓰오기의 부재, 료나가레즈쿠리의 본전 등 일반적인 신사 건축과는 크게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이라노 기요모리는 세토나이카이를 ‘연못’으로, 사전을 ‘신덴’에 비유하는 대담한 발상으로 자연과 건축, 종교와 귀족 문화를 일체화시켰습니다. 이 독창적인 설계 사상은 1996년 세계문화유산 등재 시에도 높이 평가되어 인류의 창조적 재능을 나타내는 걸작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이츠쿠시마 신사의 건축양식을 이해하는 것은 헤이안시대의 문화와 신앙, 그리고 기요모리라는 한 인물의 위대한 구상을 아는 것으로 이어집니다.